지난 15일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 시내에 곰과 맞닥뜨렸을 때 대응 요령이 담긴 입간판이 서 있는 모습. “곰을 보면 평정심을 유지한 채 천천히 돌아가 다른 길로 가라” “공격당하면 맞서 싸워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김은중 특파원

인구가 6000여 명에 불과한 미국 콜로라도주(州) 애스펀은 맥도널드·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마을이다. 광활한 로키산맥에 둘러싸인 곳으로 야생 곰도 자주 출몰해 이른바 ‘베어 카운티(Bear County)’로 분류된다. 겨울에는 스키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런 ‘시골 동네’에 매년 이맘때쯤 미국과 세계 주요국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세계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행사가 열린다. 2010년 시작된 ‘애스펀안보포럼(ASF)’이다.

이 포럼은 1949년 시카고 출신의 사업가 월터 펩키가 애스펀에 설립한 비영리단체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다. 펩키는 애스펀의 자연경관에 감동해 ‘세계의 리더들이 딱딱한 도심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토론하자’는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취지에 공감한 기업과 시민사회·독지가들의 자발적 기부가 이어졌다. 연구소는 정치 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도록 주선하는 초당적 주관자를 지향한다. 현재 안보뿐 아니라 경제·교육·환경 등 30여 개 분야에서 각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