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엔 스미스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는 16일 “사이버 보안·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강점이 있는 한국은 나토 동맹 모두로부터 환영받는 파트너”라며 “내년 정상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나토의 많은 회원국들이 중국의 부상, 군(軍) 인력 부족 같이 비슷한 내·외부적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서로 협력하고 통찰을 공유하는 데에서 오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스미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있을 때 부통령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냈고, 바이든 정부에서 나토 대사를 역임했다. 바이든이 지난해 6월 그를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 담당 차관에 지명한 바 있다. ‘나토 너드(nerd)’란 별명을 갖고 있는 다자(多者) 안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스미스가 나토 대사로 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한국 같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과 나토 간 파트너십이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미스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됐을 당시 우리 정부가 대표단을 파견해 정보 공유 브리핑을 한 것을 ‘흥미로운 모범 사례’로 꼽았는데 “한국은 항상 전문 지식을 공유해주기 때문에 회원국 모두로부터 환영받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북한·중국으로부터 직면한 위협, 나토가 러시아로부터 직면한 위협이 유사하다는 걸 서로 배우고 있다”며 “최선의 대응 방법을 교환하고 통찰력을 공유하는 데 있어서 오는 가치가 엄청나다”고 했다.
다만 스미스는 트럼프 정부 들어 이른바 ‘IP4(인도·태평양 4국)’라 불리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 미국 간 파트너십이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나토 동맹 내에서 IP4를 얼마나 지원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최근 열린 정상회담에선 주요한 이슈가 아니었지만, 다음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급 회의에선 (인·태 국가와의 협력이)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회의에 불참했는데, 스미스는 “회의 기간이 단축됐기 때문에 불참한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정상회담이 원래 규모로 돌아가 이틀 동안 진행된다면 한국이 참여할 기회가 충분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스미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정치적 지원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리 모두를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대만해협 유사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와 같이 나토와 인·태 국가들이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을 바탕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유럽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점 더 고민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 입장을 잘 파악하도록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우리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 나타난 좋은 협력이 다른 지역의 비상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스미스는 현재 로이드 오스틴 전 국방장관 등이 설립한 워싱턴 DC의 어드바이저리 펌(Advisory Firm·자문 회사)인 ‘클래리언 스트래티지스’의 대표로 있다. 그는 “한·미 동맹이 현재 관세·국방비 증액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관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미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 입장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동맹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정부·기업의 관심이 큰 대미(對美) 아웃리치와 관련해서는 “미국에는 매우 강력한 주지사들이 많다”며 “연방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지방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애스펀연구소(Aspen Institute)
미국의 사업가인 월터 펩키가 1949년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시카고 출신으로 애스펀의 자연경관에 감동한 펩키가 세계의 리더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토론을 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에서 비롯됐다. “대화와 리더십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운영 취지다. 정치 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도록 주선하는 초당적 주관자를 지향한다. 경제·교육·환경 등 30여 분야에서 각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0년부터는 매년 전 세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국내외 문제를 논의하는 ‘애스펀안보포럼’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