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정부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줄리앤 스미스 클라리온 스트래티지스 대표는 15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1000명의 병력을 파견했을 때 한국 정부는 그 병력의 정체를 브리핑하기 위해 나토에 참여했다”며 “이는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동맹이 협력했을 때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롭고도 구체적인 사례”라고 했다. 스미스는 바이든 정부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6월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 담당 차관에 지명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이날 콜로라도주(州)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안보포럼’에 참석해 “지난 정부는 나토와 인·태 파트너들을 결집시키는 것이 생산적이고 유익할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과 인·태 지역의 안보가 결코 분리돼 있지 않다’는 판단 아래 유기적인 연계를 추진했는데, 이런 차원에서 2022년부터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국을 ‘IP4(인·태 파트너)’란 이름으로 초청했다. 스미스는 그중에서도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정보 공유를 위해 나토에 대표단을 보냈던 것을 모범 사례로 꼽은 것이다.
다만 올해 6월 네덜란드 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등이 불참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IP4 인사들과 별도의 만남을 갖지는 않았다. 스미스는 “유럽의 친구들로부터 지금 정부가 (인·태 동맹과의 협력이 갖는)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어 우려가 된다”며 “미국이 태평양과 대서양에 걸쳐 있는 우리의 동맹, 그리고 그들을 결집시키는 능력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잃어버리는 건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선 사회자가 미 국방부가 해외 주둔 미군의 태세 조정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에서 본 것과 같은 급격한 변화와 예상치 못한 방식”을 언급했는데, 미 조야(朝野)에서 확산하고 있는 주한 미군 일부 감축 및 이전 배치 내러티브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됐다. 스미스는 “우리는 글로벌 태세 검토의 결과가 무엇일지 모른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했을 때 동유럽에 빠르게 배치됐던 미군 병력 2만명이 다른 곳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철수할 위험이 있다. 독일·이탈리아 주둔 미군 철수 같은 일부 시나리오가 저를 우려하게 만든다”고 했다.
◇ ☞애스펀 연구소 (Aspen Institute)
미국의 사업가인 월터 펩키가 1949년 콜로라도주 애스펀에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시카고 출신으로 애스펀의 자연경관에 감동한 펩키가 세계의 리더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토론을 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에서 비롯됐다. “대화와 리더십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운영 취지다. 정치 구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토론하도록 주선하는 초당적 주관자를 지향한다. 경제·교육·환경 등 30여 개 분야서 각 프로그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0년부터는 매년 전 세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국내외 문제를 논의하는 ‘애스펀안보포럼’을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