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다. /애틀란타(조지아)=김은중 특파원

5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도심 한복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바이에른 뮌헨의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8강전이 열렸다.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클럽끼리의 대결에 6만6937명의 관중이 몰렸고, 도시 전체가 축구 응원 열기로 들썩였다. 최대 7만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은 내년 6월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주요 무대이다. 준결승전을 비롯해 월드컵 총 8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애틀랜타의 축구 열기를 보면, 더는 미국을 ‘축구의 변방’이라고 얘기할 수 없을 겁니다.”

애틀랜타가 미국 축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클럽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는 “내년 월드컵으로 조지아주에만 최소 5억달러(약 68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며 “NFL(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볼이 사흘 간격으로 8번이나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광역 인구가 약 600만명으로 미국에서 10번째로 큰 애틀랜타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비(非)백인 인구가 60%에 달한다. 이런 인종 다양성 덕분에 미국 내 다른 도시보다 축구의 인기가 높다. 2017년 3월 미국프로축구(MLS)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창단해 2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한 것도 축구 인기에 기폭제가 됐다. 디미트리오스 에프스타티우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수석 부사장은 “경기당 평균 관중 숫자가 4만명 중반으로 세계 10위 안에 들고, 유럽의 빅 클럽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애틀랜타에선 장차 미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인프라 구축 사업도 한창이다. 애틀랜타에서 차를 타고 40분 달리면 나오는 페이엣빌에서는 200에이커(약 24만평) 부지에 국제 규격 축구장 17개를 갖춘 ‘아서 블랭크 국가 트레이닝 센터’ 건설이 진행 중이다. 내년 4월 개장하면 미국축구협회 본부가 들어서고, 월드컵에 참가하는 27국 대표팀이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라이트 미국축구협회 COO(최고상업책임자)는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축구 트레이닝센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월드컵 대비가 아닌, 미국 축구의 미래가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민원 전화를 하면 당국에서 단 한 번도 전화를 놓친 적이 없다”며 “모든 인·허가 과정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고 했다.

코카콜라·UPS·델타항공 등 세계적 기업의 본사가 있는 애틀란타 경제도 내년 월드컵과 함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최 이후 도심에서 빠르게 슬럼화가 진행됐다. 범죄율이 높고 음습한 분위기 탓에 좀비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일부가 이곳에서 촬영됐을 정도였다. 12차례 도심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지만 실패했다가 내년 월드컵이 촉매제가 돼 도심 110만m²에 오피스, 주거 시설, 호텔 등이 포함된 대형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개발 업체인 ‘센테니얼 야드’의 브라이언 맥고완 사장은 “80년대 이후 12차례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12전 13기 끝에 성공했고, 남부에서 이 정도 되는 규모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없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월드컵 덕분에 도심 전체에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고 했다.

내년 4월 들어설 조지아주 페이엣빌의 미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공사 현장 모습. /페이엣빌(조지아)=김은중 특파원
내년 4월 들어설 조지아주 페이엣빌의 미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공사 현장 모습. /페이엣빌(조지아)=김은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