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 관세 유예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취임 후 처음 워싱턴 DC를 찾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카운터 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겸임) 등과의 고위급 협의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기대했다. 위 실장은 6~9일 워싱턴 DC에서 루비오 등 고위 인사들을 면담하고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상 수장인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5일 미국에 들어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는 등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위 실장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특파원들과 만나 “협상이 꽤 중요한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고위급에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현재 각료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저라도 와서 대응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왔다”고 했다. 그는 현재 협상 상황에 대해 “미국은 미국대로 어떤 판단을 하려는 국면이고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판단해야 하는 때”라며 루비오와의 협의가 무역 협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안보보좌관이나 안보실장은 관계 전반, 통상·무역 등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카운터파트와 얘기한다면 관계 전반이 다뤄진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미 간 무역 협상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위 실장의 방미(訪美)는 통상 협상 테이블에 방위비 분담 확대 같은 안보 의제도 올릴 수 있다는 우리 측 선의를 부각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방위비가 관세 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는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7일부터 12~15국에 상호관세율을 일방 통보하는 서한을 발송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관세 전쟁’의 주무 장관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6일 CNN에 출연해 “우리는 향후 72시간 동안 매우 바쁠 것”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들은 8월 1일부터 상호관세를 재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정부가 협상과 관련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여기 있는 동안 그런 판단이 있기보다는 협의를 하고, 또 그 협의를 갖고 가서 서로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G7(7국)이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같은 다자 외교 무대를 계기로 추진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회동이 무산된 가운데, 한미 양자 회담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조속히 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고,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그 단계까지는 와 있지 않아 협의를 진행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