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북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갈등이 있다면 북한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1일 이란 핵시설 공습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을 일단 매듭지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대해서도 “다음 주 내로 휴전(休戰)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의 갈등 해결 의지를 밝혀 곧 시선을 한반도로 돌려 미·북 대화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이 여기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NK뉴스는 트럼프가 대화 재개를 목표로 김정은에게 보내는 친서(親書)를 작성, 이를 ‘뉴욕 채널’을 통해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백악관은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트럼프는 대화에 열려있다”고 했는데, 트럼프 역시 이날 “누군가는 이것을 잠재적 갈등이라 얘기하는데 우리가 해결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일(평화 중재)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서한 발송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이 대외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군사 분쟁의 종전 또는 휴전을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적극 관여하고 있다. 4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성과도 있는 편인데, 이날 민주콩고공화국(DRC)과 르완다는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30여 년 유혈 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또 1년 반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팔 전쟁에 대해서도 “다음 주 내로 휴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분쟁,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지대에서의 무력 충돌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전에 많이 관여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이 일(평화 중재)은 옳은 일이며,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톱다운(top down·하향식) 대화에 나설 경우 집권 1기 때와 같이 미·북 간 대화 국면이 조성될지 주목된다.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경우 트럼프가 갈구해 온 노벨평화상 수상에도 결정적일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까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PG)만을 반복해왔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의 유화적 제스처에 아무런 반응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했고, 거기서 충분한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유인이 없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