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 도중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무래도 그는 나를 좋아하고, 매우 애정 어린 방식으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나중에 다시 알려줄게요. 다시 돌아와서 그를 세게 떼려줄 테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의 마지막 일정으로 약 30분 동안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평소와 달리 이날 유럽의 언론 매체들도 다수 참석했는데, 말미에 영국 스카이뉴스의 한 기자가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를 ‘아빠(daddy)’에 비유한 것을 언급하며 “나토 동맹을 마치 당신의 아이들처럼 여기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무대에 있던 트럼프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모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질문은 기자회견 전 뤼터와 트럼프가 회동한 자리에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지 공방을 이어간 이란과 이스라엘을 ‘말썽꾸러기 아이들(unruly children)’에 비유하는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욕설을 섞어가며 양국의 휴전 협정 위반을 꾸짖었는데, 이와 관련 “그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싸우는 두 아이처럼 큰 싸움을 벌였다” “지옥처럼 싸우고 있어 결코 막을 수 없는데, 이럴 때 2~3분 정도 싸우게 두면 그다음에 막기가 오히려 더 쉽다”고 했다.

뤼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빠는 때로 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트럼프를 기강을 잡는 아버지에 비유하며 그의 환심을 사려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회의에 앞서서는 뤼터가 트럼프에 찬사일색인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폴리티코는 “이런 주고받기는 네덜란드 총리 출신으로 9개월째 나토 사무총장에 재직 중인 뤼터와 트럼프 간 점점 깊어지는 친밀감을 보여줬다”며 “뤼터는 공개적으로, 또 사적으로 칭찬을 하는 전략을 병행하며 트럼프에 접근했다”고 했다. 뤼터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유럽 주둔 미군 철수, 미국의 집단 방위 공약 불이행 등에 관한 추측이 나오자 “회원국들은 미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믿으라”고 주장하며 트럼프를 비호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뤼터는 트럼프를 ‘아빠’라 부른 것이 자신의 약점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그 표현은 취향의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선 “회담은 성공적이었지만 뤼터의 아첨은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이번 회의를 통해 트럼프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유럽이 미국 없이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럴 것으로 본다”며 “오늘은 나토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하고도 놀라운 날이다. 30년 넘게 이루지 못했던 걸 나 때문에 이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