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75분 동안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러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19일에 이어 약 2주 만으로 별도의 예고 없이 이뤄졌다. 트럼프는 “푸틴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비행장 공격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좋은 대화를 했지만 즉각적으로 평화로 이어질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끝내겠다며 휴전·종전 협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사전에 러시아로 몰래 들여간 전투용 드론 117대로 러시아 전략 폭격기 상당수를 파괴하는 공격을 단행했다.
트럼프는 이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비행기에 가한 공격과 양측에서 발생한 다른 공격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75분 통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고 밝혀 양측 간 이견 조율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포로 교환을 제외하면 전면 휴전과 종전 조건을 둘러싼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회담이 끝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튀르키예가 포함된 4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 트럼프가 주도해 온 종전 협상 논의가 완전히 동력을 잃을 수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보복 방침과 관련해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한 후 중재해온 휴전 협상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우크라이나 공습을 멈추지 않아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와 푸틴이 통화한 다음날인 5일 소셜미디어 X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주(州) 프릴루키를 드론 여섯 대로 공격해 일가족 3명을 포함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과 진행하고 있는 핵 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관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이 점에 대해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푸틴은 이란과의 논의에 참여할 것이며 이 문제를 신속히 결론 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이란의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했다. 러시아는 2015년 타결됐다 2018년 트럼프 주도로 파기된 이란 핵 합의 참여국이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최근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핵 합의 복원 세부 사안을 비판하고 있지만,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