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최근 미 언론에서 잇따라 보도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 북한은 더욱 강력해지고 도발적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차 석좌는 지난 30일에 올라온 CSIS 유튜브 동영상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반도보다 대만 위기 대응으로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군사적인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이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 재임)와 리처드 닉슨(1969~1974년 재임) 대통령 시절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이 이뤄진 사실을 짚었다. 이어 국방부가 주한 미군 4500명 이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숫자지만 한반도에서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며 “약 2만명의 병력이 여전히 주둔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인계철선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 석좌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통해 자신감을 구축했고, 중국과의 무역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언급하며 “신뢰와 억제 측면에서는 적국(敵國)이 미국의 약속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의 문제”라며 “관세부터 안보 약속까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약속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중국을 억제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최적화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국 병력의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정부의 첫 100일 동안 미사일 시험 발사, 가상 화폐 탈취 등 북한의 도발이 전례없이 집중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이 과거보다 더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상황에서 억제 신호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북한 문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이 ‘악의 독재국’ 북한이 더 강력해지고 도발적으로 변했다”며 “북한과의 합의를 위해 워싱턴이 파격적 양보를 해야 할 수 있고, 이는 미국의 국익을 위태롭게 하고 동맹국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위험을 동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