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다섯 자녀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요?”
2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오른 캐럴라인 레빗(28) 대변인은 이 같은 질문을 받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는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48)부터 막내아들 배런(19)까지 아들 셋과 딸 둘을 두고 있다. 그런데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해 다섯 남매는 이복지간이다. 이런 ‘집안 사정’을 의식했는지 레빗은 “그건 아주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이라며 “대통령은 다섯 자녀를 모두 사랑한다.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가짜 뉴스’라고 맞받아치며 질문자를 역공하던 레빗을 모처럼 당혹스럽게 만든 당사자는 기자가 아닌 기자의 자녀였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조금 특별한 브리핑이 있었다. ‘아이들을 직장으로’란 이름으로 백악관 직원 자녀들에게 개방하는 연례 행사가 열렸는데, 대변인실도 취지에 걸맞게 출입 기자 자녀 일부를 추첨으로 초청해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레빗은 이날만큼은 “네 엄마는 아주 훌륭한 저널리스트” “나라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등의 말로 아이들의 부모를 치켜세웠다. 이어 13분 동안 20개가 넘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건 아주 좋은 질문” “정말 프로답다”는 등의 칭찬으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한 아이가 레빗에게 ‘가장 싫어하는 언론 매체가 어디냐’고 묻자 브리핑룸 곳곳에서 웃음이 나왔다. 레빗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잠시 망설이더니 “솔직히 말하면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다. 1997년생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을 거쳐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된 레빗은 가장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의 부모님이 하는 질문을 받는 게 가장 즐거우면서도 힘든 일”이라고 했다. 이날 브리핑룸엔 지난해 태어난 레빗의 아들도 있었다. 레빗의 배우자는 32세 연상의 부동산 사업가 니컬러스 리치오다.
레빗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으면서 승승장구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며, 기회가 왔을 땐 잡으라”고 조언했다. 미취학 아동이 상당수 있었을 정도로 기자석에 앉은 아이들 평균 연령은 낮았지만, 브리핑에선 ‘지금 미국의 국경이 어떠냐’ ‘트럼프가 집권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고했냐’ ‘트럼프는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는 등의 깊이 있는 질문들도 나왔다. 또 평소 듣기 어려웠던 트럼프의 취향에 관한 얘기도 많았는데, 레빗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맥도널드 햄버거와 함께 “크고 아름다운 스테이크”를 꼽았다.
이어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중 자신을 제외하고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우리의 존경스러운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일 것”이라며 “집무실 벽난로 위에 대형 초상화가 있다”고 했다. 레빗은 ‘트럼프가 전지전능한 힘이 있다면 무얼 할 것 같냐’는 질문에 이날 오전 트럼프가 의회를 방문해 법안 통과를 설득한 것을 언급하며 “아마도 감세 법안이 바로 통과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