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천을 위한 핵심 세제 법안이 22일 연방 하원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하원은 이날 오전 트럼프의 감세와 지출 삭감을 담은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결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다. 이는 트럼프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라 표현하며 압박·회유를 병행해 의회에 통과를 촉구했던 것이다. 법안은 몇 주간의 추가 토론과 수정 작업을 거쳐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날 표결을 보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2표, 기권 1표가 나왔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은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트럼프가 1기 때 시행했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때 공약한 팁·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세,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국경 보안 강화와 불법 이민자 추방,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이자 미국판 ‘아이언 돔’이라 불리는 ‘골든 돔(golden dome)’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조 바이든 정부 때 통과된 친환경 에너지 인센티브 등은 폐지하도록 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연방 국가 부채가 향후 10년간 2조40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이 때문에 법안 통과를 전후해 채권 시장에서는 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달해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지난주 국가 부채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감세 법안에 반대한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은 “우리는 오늘 밤 타이타닉호의 보일러에 석탄을 넣고 빙산을 향해 전속력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며 “이번 결정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가 통과됐다”며 “상원 동료들이 업무에 착수해 이 법안을 가능한 빨리 제 책상으로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20일 공화당 의원 총회를 직접 방문해 법안에 반대하면 “최후의 배신이 될 것”이라 했고, 21일에도 법안에 부정적인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를 백악관에 불러 설득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