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유대인 행사장에서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두 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총격 용의자가 범행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쳤다는 목격담이 나왔고, 미국·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한 응징을 천명했다.
미·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워싱턴 DC 유대인 박물관 부근에서 대사관 남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박물관에서는 미국유대인위원회(AJC) 주최로 22~45세 유대계 청년 전문가들과 워싱턴 DC의 외교관들 간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총격 지점은 연방수사국(FBI) 사무소, 검찰청과도 인접해 있다. 희생자들은 약혼한 사이로 남성 직원이 지난주 반지를 구입해 다음 주에 여성 직원에게 프러포즈할 예정이었다고 예시엘 레이테르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말했다.
테드 듀치 AJC 회장은 “행사 장소 밖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력 행위가 발생해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상태”라고 했다. 경찰이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총격 용의자 엘리아 로드리게스(30)가 범행 당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고, 범행을 저지르기 전 박물관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은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자정 넘어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번 끔찍한 살인 사건은 분명히 반유대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증오와 극단주의가 미국에서 자리 잡을 곳은 없다”고 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비열한 반유대주의 테러 공격”이라고 규탄하며 “테러와 증오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갈라놓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끔찍한 반유대주의 테러에 충격을 받았다”며 “전 세계 이스라엘 대사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미국은 수사 당국을 총동원해 총격의 배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우리는 워싱턴 DC 경찰과 협력해 대응하고 있고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