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다섯 자녀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요?”
20일 백악관의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 평소라면 기자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고 때론 ‘가짜 뉴스’라 면박을 주며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연속해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곤란하다는 웃음을 지었다. 결혼을 세 번 한 트럼프의 자녀는 주니어·이방카·에릭·티파니, 그리고 멜라니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배런까지 총 다섯 명이다. 레빗은 “그건 아주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이라며 “대통령은 다섯 자녀 모두를 사랑한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백악관에서는 특별한 브리핑이 열렸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이들을 직장으로(Bring Your Child to Work Day)’란 이름의 연례 행사에 걸맞게 백악관에 출입하고 있는 언론인 자녀 일부를 추첨을 통해 선발, 레빗이 이들을 상대로 질문을 받는 ‘모의(mock)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평소 기자들과 거친 문답을 주고받고 때론 얼굴도 붉히는 레빗이지만 이날만큼은 “너의 (엄마는) 아주 훌륭한 저널리스트란다” “나라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나름의 ‘예우’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약 13분 동안 20개가 넘는 질문을 받았다.
미취학 아동이 상당수 있었을 정도로 기자석에 앉은 아이들 평균 연령은 어렸지만 질문만큼은 날카로웠다. 한 아이는 레빗을 향해 “가장 싫어하는 매체(news outlet)가 어디냐”고 물어 곳곳에서 폭소가 퍼져나왔다. 레빗은 3초 이상 망설이더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그때 다르다”고 했다. 1997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된 레빗 개인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레빗은 가장 좋은 부분과 어려운 부분을 묻는 질문에 “브리핑에서 여러분 부모님의 질문을 받는 게 가장 즐거우면서도 힘든 일”이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법을 알고, 최선을 다해 일하며, 기회가 왔을 땐 잡으라”는 조언을 남겼다. 레빗은 2년 전 자신보다 32살 연상인 부동산 사업가 니콜라스 리치오와 결혼해 지난해 아들을 봤다. 레빗 부부의 아들도 이날 현장에 있었는데, 레빗은 “아마 지금 뭘 하는지 전혀 모를 것”이라 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지금 미국의 국경 상태가 어떠냐’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고했냐’ ‘트럼프는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는 뼈 있는 질문들도 나왔다. 그럴 때마다 레빗은 “그건 아주 좋은 질문” “너는 정말 프로페셔널하구나”라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고, 트럼프가 취임 후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남부 국경 단속과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 정책에 대해 상술했다. 한 아이가 ‘트럼프에게 전지전능한 힘(superpower)이 있다면 무얼 할 것 같냐’고 물었다. 레빗은 이날 오전 트럼프가 예산 관련 법안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 앞에서 연설한 것을 상기시키며 “아마도 이 법안이 바로 통과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평소 브리핑룸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트럼프의 취향에 관한 질문들도 많았는데, 레빗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맥도널드와 함께 ‘크고, 아름다운(big, beautiful) 스테이크’를 꼽았다. 아이스크림은 “선데이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토핑이 올라간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본인 말고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누굴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자기 스스로를 꼽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우리의 존경스러운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일 것”이라며 “집무실 벽난로 위에 대형 초상화가 있다”고 했다. 레빗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으로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꼽으며 “지금 우리가 매가 골드색으로 꾸며놨다”고 했다.
한편 멜라니아도 이날 백악관 내 케네디 정원에서 아이들을 맞아 공예 활동을 함께했다. 멜라니아와 백악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 자녀들은 빨간색·파란색 마커, 별 모양 스티커 등으로 성조기를 장식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멜라니아는 “매일 우리 나라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직원들이 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보는 건 항상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도 나타나 자신이 좋아하는 빌리지피플의 노래 ‘YMCA’에 맞춰 몸을 흔들며 아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