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대통령(왼쪽)과 질 바이든 여사. /X(옛 트위터)

전립선암 투병 소식이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부인 질 여사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사랑과 지지로 우리를 응원해줘서 감사하다”며 “여러분 가운데 많은 사람처럼, 질과 나는 어려울 때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과거 바이든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정적(政敵)들이 쾌유 기원에 앞장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18일 오후 바이든이 개인 대변인을 통해 암 진단 소식을 밝힌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멜라니아와 나는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연방 의전 서열 3위이자 의회 1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번 소식은 분명히 슬픈 소식”이라며 “우리 가족은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스티븐 스컬리스 하원 원내총무도 “이것은 아주 슬픈 뉴스”라며 “암과 싸우는 바이든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전공’을 살린 이들의 센스 있는 메시지도 돋보였는데,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비벡 라마스와미 전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정치 문제를 떠나 우리 나라의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라마스와미는 전립선암 치료제 등을 개발한 바이오테크 기업을 창업해 천문학적인 자산을 일군 사업가 출신이다. 그는 “전립선암은 호르몬 민감성 질환 단계에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다.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바이든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며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줬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유족 메건·신디 매케인은 “암과 싸우는 환자의 가족은 지옥 같을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정쟁은 적절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매케인은 2018년 뇌암으로 세상을 떴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AFP 연합뉴스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선두 주자이자 지난해 바이든의 의회 국정연설(SOTU) 때 면전에 대고 소리를 질렀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2021년 부친이 암을 앓다 세상을 뜬 사연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암은 정말 끔찍한 질병”이라며 “진단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바이든과 그 가족을 위해 기대한다”고 했다. 이 밖에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등이 “완전한 회복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쾌유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이 받은 ‘글리슨 점수(전립선암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수치)’는 5등급(9점)으로 예후가 나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암 진단 소식을 계기로 바이든이 재임 때 건강 문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J D 밴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왜 미국인은 그의 건강 문제, 국정 수행 여부에 있어서 더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했느냐”라고 했다.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질 바이든 박사가 5단계 전이성 암을 놓쳤는지, 이것 역시 또 다른 은폐인지 여부”라고 했다. 다만 질 여사는 의학이 아닌 교육학 박사고, 암의 병기는 1~4단계로 분류된다. 또 30년 이상을 비뇨기과 의사로 일한 그레그 머피 공화당 하원의원은 “바이든이 정신적으로 쇠퇴했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번만큼은 정치를 배제하자”며 “전립선암까지 은폐했다는 건 의학적으로 무모한 주장”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경찰 등 법집행 담당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매우 슬프다”면서도 “(발병 사실이) 대중에 오래전에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이어 “그런 위험한 단계에 이르려면 수년은 걸린다”며 바이든이 재임 중 자동 전자서명 기계인 이른바 ‘오토펜(autopen)’을 사용한 의혹을 언급하며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