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교황 ‘레오 14세’에 선출된 가운데, 영미권 언론들은 프레보스트의 고향인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의 소식도 앞다투어 타진했다. 선출 소식이 전해질 당시 시카고 대교구 본당인 ‘성명 대성당(Holy Name Cathedral)’에서는 정오 미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곧바로 선출을 축하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민들 사이에선 “마치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우승하며 ‘염소의 저주’를 깨뜨린 2016년 월드시리즈(WS) 때 분위기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프레보스트는 올해 69세로 시카고 남부 교외 지역인 돌턴에서 자랐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이날 교황의 선출을 축하하며 “미국인이 사상 처음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시카고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우리가 자비, 단결, 평화가 필요한 시기에 우리 주(州)와 함께 새로운 장(場)을 열어가고 있다”고 했다.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은 “사상 첫 미국인 교황을 포함해 모든 멋진 것들(everything dope)이 시카고에서 나오고 있다”며 “미국에서 가장 노동 친화적인 우리 도시의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곧 고향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셸과 나는 시카고 출신인 레오 14세 성하께 축하를 보내며 성스러운 임무를 시작하는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출신 교황의 선출은 대성당 밖에서 축하를 위해 모인 많은 이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이었다”고 했다. 일부 신자는 예정된 골프 운동 계획도 취소하고 이른바 ‘아메리칸 포프(American Pope)’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대성당으로 향했다고 한다. 현장 학습을 나온 인근 가톨릭 학교 학생들은 스타벅스 음료를 움켜쥐고 뛰어오르며 “교황 만세”라고 환호했다. 가디언은 시카고 북쪽의 중학교 현장을 찾았는데, 학생들은 지역 프로야구(MLB) 구단인 시카고 컵스가 오랜 부진 끝에 우승한 2016년 WS와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어·종교 강사인 앨리슨 포스터는 가디언에 “지난 화요일 학생들이 모의 콘클라베를 진행했던 터라 그들은 이게 기쁨과 축하의 순간이라는 걸 (곧바로) 알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카고 ‘성 투리비우스 성당’의 윌리엄 레고 신부가 교황 선출 순간을 TV로 지켜봤다고 전했다. 미시간주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젊은 시절 신학 공부를 함께했다는 레고는 “내 동급생이 교황이 됐다”며 “그들은 좋은 사람을 뽑았다. 그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의식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