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8일 백악관에서 영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오른쪽은 피터 멘델슨 미국 주재 영국 대사.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과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최대 145% 수준의 상호 관세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타국과 합의에 도달한 첫 사례다. 영국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11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로, 미국은 영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J D 밴스 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배석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선으로 참석했다.

트럼프는 “오늘은 우리가 80년 전에 함께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이고 창밖을 보면 날씨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며 “역사적인 무역 합의 (소식을) 발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다”고 했다. 이어 스타머를 호명하며 “아주 똑똑한 팀을 갖고 있다” “훌륭한 파트너십을 보여줬고, 우리는 최고의 관계를 갖고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는 “이번 합의로 미국 수출업자들, 특히 농업·에너지 분야에서 영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크게 확대된다”며 “두 나라에 위대한 합의(great deal)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나라가 미국을 존경하고 진지한 제안을 테이블로 가져오면 미국은 비즈니스에 열려있음을 보여준다”며 “더 많은 협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고,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러트닉은 “10% 기본 상호 관세는 유지된다”며 “이를 통해 60억 달러(약 8조4000억원)의 세수(稅收)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해 영국은 에탄올·소고기·농산물·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한다. 러트닉은 영국이 100억 달러 규모의 보잉 항공기도 구매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비(非)관세 장벽을 줄이고, 세관 당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구체적인 건) 앞으로 몇 주 안에 확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타머도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번 합의로 아주 큰 경제 안보 담요(economic security blanket)를 갖게 됐다”며 “영국이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기 때문에 아주 기분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미국과 영국 간 이번 협정은 완전하고 포괄적인 것으로 양국 관계를 수년간 굳건히 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이스라엘 등과의 합의도 임박한 상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부터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10~11일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 등과 만나 첫 미·중 무역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협의가 잘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145%보다 더 높아질 수는 없지 않냐. 그러니 우리는 관세가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대화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냐는 질문에 “실질적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알다시피 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늘 매우 잘 지내왔다”며 협의 결과가 좋으면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