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외교부 국제투자협력대사는 11일 “미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 흑자는 미국 측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양국의 산업 구조 차이 때문”이라며 “한국은 무역 흑자 관리 방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주(州)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파트너로 한국을 호명한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함으로써 에너지 자원을 다양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 최 대사에 1년 임기의 ‘국제투자협력대사’ 대외 직명을 부여했다.
최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교역 관계는 호혜적이며 양국 간 산업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이라 주장하는 대미 무역 흑자에 대해서는 “그 흑자가 미국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를 메우기 위한 조치로 에너지 수입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대사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해 “우리는 그 프로젝트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 흑자 규모는 557억 달러(약 80조원)로 10대 교역국 가운데 미국이 가장 큰 흑자를 안겼다.
최 대사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 테네시·켄터키·애리조나 등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 6개주를 방문해 생산 현장을 시찰했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비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대해 최 대사는 “(한국 공장에서는) 세금 인센티브와 보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IRA는 미국 땅에 그린필드 투자를 유동하는 원동력이 돼 주요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돕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리 기업은 지난해 215억 달러(약 31조원) 투자를 약정해 한국이 대미(對美) 최대 투자국으로 거듭났다. 최 대사는 “한국은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같은 핵심 제조업의 생산을 재개하는 데 기꺼이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뒤이은 패널 토론에서는 원자력과 조선 분야 한미 간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브렌트 새들러 해상 전투·첨단기술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조선업을 발전시키려면 도움이 필요하고, 이 약점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같은 파트너들을 접촉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에 조선 담당 부서가 신설됐고, 트럼프가 새벽 1시에 존 펠란 해군장관 후보 지명자에 녹슨 군함 사진을 보내 ‘어떻게 할 거냐’라 물을 정도로 열의가 있어 한미 간 협력을 위한 토대는 잘 갖춰진 상태다. 새들러는 의회가 지난 회기 때 폐기된 ‘선박법’을 다시 발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잭 스펜서 에너지·환경 정책 담당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원전 건설에서 갖는 강점을 언급하며 “원자력 수요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러시아·중국과 정말로 경쟁하고 싶다면 동맹인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대사는 2012~2015년 헤리티지재단의 방문연구위원을 지냈다. 이날 헤리티지재단 로고가 박힌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데릭 모건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은 “한미동맹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두 나라의 상호 이익을 지원하고, 도전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적응해 온 실적을 갖고 있다”며 “한미는 지난 시간 동안 함께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패널 토론 사회를 맡은 앤서니 김 연구원은 “조선·에너지 등 분야에 관계없이 이제는 한미가 공동 디벨로퍼고 공동 투자자라는 프레임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