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장련성 기자

미국의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7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A) 선임연구원에 대한 구명에 나섰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은 테리가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하면서도 이를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는데, 이게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정당한 언론 활동까지 제약할 수 있어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FARA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8년 적국(敵國)의 선전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홍보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등록하고 관련 활동을 보고하게 돼 있다.

1920년 설립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언론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 컬럼비아대 나이트제1수정헌법연구소 등은 최근 테리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제3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했다. 9일 본지가 입수한 의견서 전문(全文)을 보면 ACLU는 “FARA가 적용되는 범위가 넓고, 그 정의가 모호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언론과 언론인, 비영리단체들이 외국 정부와 관련된 활동을 할 경우에 (FARA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검찰은 테리를 기소하면서 한국 정부의 ‘정보원’과 교류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언론 기고문(포린어페어스 등)을 작성하거나 인터뷰를 했던 것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는 워싱턴 DC의 주요 싱크탱크에서 부지기수로 벌어지는 일이고,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국방부 같은 미 공공기관에 출입하며 취재를 하고 기자를 쓰는 특파원들은 더욱 그렇다. RCFP는 “테리의 활동은 일반적인 기자들의 정상 취재 활동과 다를 것이 없다”며 “(검찰의 논리라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도 FARA에 의해 규제될 수 있다. FARA 위반이 테리의 기소 근거가 된다면 앞으로 일반적인 언론인의 취재 활동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법령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가 영국 회사 소유의 이코노미스트 의뢰 기사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해야 된다”는 것이다.

2019년 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그레그 크레이그 전 오바마 정부 백악관 고문 역시 지난해 8월 검찰의 논리가 “충격적으로 약하다”고 했다. ACLU는 미국에서 제일 잘 알려진 시민단체 중 하나로 그간 형사 사법 개혁, 투표권, 사형 폐지 등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특히 미국의 진보 진영에서 갖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데, 재판부가 ACLU의 의견서를 채택할 경우 테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ACLU 등의 의견서 수용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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