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로 2기 취임 한 달을 맞는다. 트럼프가 한 달 동안 내놓은 행정명령과 포고문, 각서 등의 행정 조치는 100건이 넘는다.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는 1기 때와 달리 백악관과 내각 요직이 충성파 중심으로 채워졌고, 20~40대 젊은 참모들도 대거 입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 정책들을 압도적인 규모로 쏟아내 ‘홍수 전략(Flood the Zone)’으로 불렸던 트럼프의 통치 스타일이 1기 때보다 더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는 취임 한 달을 앞둔 18일 공개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테슬라 최고경영자)과의 폭스뉴스 공동 인터뷰에서 “이해 충돌이 생길 경우 그(머스크)는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테슬라와 우주선을 함께 봐온 사이”라고 했다.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등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 2기 최고 실세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된다”는 취임 일성과 함께 임기 첫날 46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그는 예측 불허의 대외 정책으로 동맹과 이웃 나라들을 당혹감에 빠뜨렸다. 미국 사회의 병폐인 펜타닐 중독 문제를 부각시키며 재료 공급지로 지목한 중국에 10%의 부가 관세를, 미국 내 유입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신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콜롬비아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추방된 자국민 수용을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 부과 방침을 압박해 굴복시킨 것은 4년 내내 펼쳐질 트럼프식 대외 정책의 예고편으로 인식됐다.
트럼프는 2기 임기 초 정상 외교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직접 관리하며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뒤 아랍권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인도·태평양 안보 동맹체 쿼드 일원인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무역 적자 해소 방안 문제를 요구했고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약속받았다.
취임 전부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여 미국 땅으로 삼고, 파나마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갖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곳을 표적으로 삼은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 제국주의가 귀환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지구촌의 개발도상국·빈곤국을 도우며 미국 편으로 만들었던 전통적인 원조 외교는 명맥이 끊길 상황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잇따라 탈퇴한 데 이어, 100여 국에서 대규모 인도적 지원, 개발·안보 원조 사업을 진행해온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국내 정치에서는 소수자 권리를 중시하는 정치적 다양성(PC)을 추구하는 정책을 퇴출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트럼프는 전임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요시해온 연방정부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관련 부서를 일괄 폐지하도록 했다. 연방정부에서 인정하는 성(性)도 생물학적 남성·여성으로 이원화하고, 성 전환 선수들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했다. 미국의 대외 팽창기를 상징하는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의 이름을 땄던 북미 최고봉 ‘매킨리봉’의 명칭을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주민 명칭 ‘데날리봉’으로 바꾸자 이를 다시 매킨리봉으로 환원했다. 이런 방식의 개명(改名)이 4년 내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 한 달 되지 않은 기간에 트럼프가 정책 속도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AP는 “더 강력해진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구호) 의제들을 작심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이익만을 앞세우다 보니 미국 주도 국제 질서의 근간이 됐던 자유 무역, 시장 경제, 가치 동맹 같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상식(common sense)’은 매가만을 위한 상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태어나면 국적에 상관없이 시민권이 부여되는 출생시민권제도를 폐지했지만, 연방법원이 “위헌적 조치”라며 시행을 보류했다. 2021년 1월 자신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열성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난입해 폭동을 벌인 ‘1·6 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사면은, 법치를 짓밟은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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