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에서 열린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에서 핸들러가 '펑수토니 필'이라 불리는 마멋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1993년 제작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매년 2월 2일이 반복된다는 초자연적 설정이 가미돼 있다. 이날은 미국 외 문화권에는 매우 생소한 ‘성촉절(한국의 경칩과 유사)’이란 날인데, 영화 원제는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다. ‘펑수토니 필(Punxsutawney Phil)’이라 불리는 마멋(우드척 다람쥐)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굴에서 나오는데 이때 보이는 행동이 그해 겨울이 계속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다시 굴로 들어가면 겨울이 6주 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믿고, 굴 밖에 머물면 사람들은 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여긴다.

2일 펜실베이니아주(州) 펑수토니의 작은 마을 ‘고블러스 놉’에서 올해도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가 열렸다. 1887년 시작해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오랜 민속을 지켜보기 위해 전국에서 약 4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마을의 원로인 ‘핸들러’가 검은색 정장과 실크 모자를 쓰고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레 필을 굴 밖으로 꺼냈다. 적갈색의 필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고, 갑자기 들려 나온 필은 어리둥절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었다. CNN은 “유명한 일기 예보관인 필이 오늘 아침 따뜻한 굴에서 나와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앞으로 6주 동안 겨울이 더 계속될 것으로 예언했다”고 전했다.

2일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에서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2일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에서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부 동물 인권 단체들은 이 오랜 민속에 반대하는 청원을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날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 훌륭한 전통을 없애고 비건 케이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건 미친 생각이다. 필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우리 모두를 거쳐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다람쥐 일기 예보관의 예측 성적은 명성에 비해 신통치 않았다. 해양대기청(NOAA) 분석 결과 2005년 이후 약 35%의 예측만이 적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펜실베이니아 외에도 전국에서 열리는데 조지아주와 뉴욕에선 지난 20년 동안 80%가 넘는 정확도로 봄의 도래를 예측한 다람쥐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