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은 똑똑한 사람(smart guy)이고 종교적인 광신도(religious zealot)가 아니다”라며 “나는 그와 잘 지냈고, (북한의 위협이란)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발언은 자신이 조기 종전(終戰)을 공언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나왔다. 중·러 외 또 다른 미국의 적대 세력인 이란에 대해 ‘종교적 열정’을 이유로 협상이 어렵다고 하더니 “내가 예를 하나 들겠다” 김정은 얘기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는 ‘그를 다시 접촉하겠냐’는 진행자 숀 해니티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곧바로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2017년 자신이 처음 집권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의 주요 위협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거론했던 것을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재임 중 싱가포르(2018년 6월)와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에서 두 차례 만난 것을 ‘문제 해결’이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2기에도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 당시 미·북 대화 실무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일부 합류한 상태다. 최근 방한한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조건이 있겠지만 트럼프가 북한과 조만간 접촉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23일 “한미 간 북한 비핵화 목표를 공히 견지하며 대북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 날인 지난 20일에도 김정은에 대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 “김정은도 나의 복귀를 반길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나온 김정은에 대한 두 차례 얘기 모두 트럼프가 먼저 입을 연 게 아니라 즉흥적인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가 사용한 ‘핵보유국’이란 말도 핵확산금지조약(NPT)상의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라인이 갖춰지지 않았고, 대북 정책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미·북 대화, 김정은이란 인물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