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1억7000만달러(약 250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개인·기업 할 것 없이 트럼프에게 줄을 대고 환심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면서 취임식과 무도회, 카 퍼레이드 객석이 이미 동났다. 고액 기부자에게 제공되는 여러 특전도 조기 소진됐다고 한다. 최종 모금액은 트럼프 1기 때의 1억7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 2억달러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NYT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때문에 취임식이 축소돼 6200만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특히 이번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테크업계 거물들의 기부 행렬이 눈에 띈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100만달러를 냈고, 가상 자산 회사인 리플은 자사의 디지털 화폐 500만달러어치를 기부했다. NBC는 “트럼프가 연방 규제 폐지를 주장하고 빅테크의 경쟁 억제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업계 리더들이 어느 때보다도 백악관과의 관계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올트먼은 최근 취임준비위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인공지능(AI) 시대로 이끌 것이고, 나는 미국이 앞서 나갈 수 있게 트럼프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취임식 행사는 17일부터 시작된다. 100만달러 넘게 기부했거나 200만달러 이상 모금한 사람에겐 취임식 행사뿐 아니라 트럼프와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배우자 우샤가 각각 주재하는 만찬 등 6~8개 행사 티켓이 추가로 주어진다. 이마저도 빠르게 동나 일부 고액 기부자들은 1000만달러 넘게 내고도 비공개 리셉션 행사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준비위가 받을 수 있는 기부금 액수에 상한은 없다. 다만 200달러 이상 기부한 이들의 명단을 90일 이내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해야 한다. 외국인은 기부가 불가능하다.
모금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미 정가에선 느슨한 취임식 자금 조달 관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은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모았다. 무도회·호텔 비용 등을 지불하고도 큰돈이 남았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는데, 워싱턴DC 당국 조사 결과 취임준비위가 트럼프 소유 호텔에 대관비를 과다하게 지불한 것이 논란이 됐다. NYT는 “이번 취임식에 쓰고 남은 돈은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건립을 위한 위원회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