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가 5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이날 일본에 대한 방문 계획만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이번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 여파가 한미 간 외교·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 보도에서 언급된 ‘적절한 시기’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 등은 “오스틴이 내주 일본·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미일·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스틴의 카운터파트인 김용현 국방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고, 윤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후임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최병혁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지명됐지만 정상적인 업무 수행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스틴은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마지막 한일 순방을 통해 양자 관계를 점검하는 한편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유지·강화를 강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팻 라이더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며칠간 일본 도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만 했다.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1차 NCG 도상연습(TXX) 역시 계엄 사태 여파 속 무기한 연기됐는데 여기에는 계엄령 선포에 대한 미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2주년을 앞두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외교·안보 이벤트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법치(法治)와 민주주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 이 동맹,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 특정 대통령·정부를 초월하는 것”이라며 “공화·민주 여러 다른 행정부를 초월해 온 동맹이자 파트너십이며 한국에서도 계속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했다. 파텔은 “강력한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을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