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 존슨이 3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외국에서 침략한 것도 아니고 특수부대가 국회에 진입하려 했네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됐고 효율적이라는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데 말이죠. 정말 미친 일이네요!”

3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베니 존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X(옛 트위터) 팔로어가 약 320만명, 유튜브 구독자가 270만명이 넘는 존슨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시카고 트럼프 타워,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브이로그를 찍고 때로는 트럼프의 전용기에 함께 탈 정도로 당선인과의 친분도 두터운 편이다. 통상 미국의 국내 정치 사안을 위주로 다루는 그가 이날만큼은 10분이 넘는 영상을 통해 한국 상황을 자세히 브리핑한 것이다.

존슨은 이날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당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부수며 진입하는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국회로 향하는 모습, 격분한 안귀령 대변인이 계엄군 총구를 손으로 잡으며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달려드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잇달아 틀었다. 존슨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를 보더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정당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창문을 깨고 군대가 들어가고 있다” “이래서 미국이 헌법과 (총기 휴대 및 소지의 권리를 규정한) 수정 헌법 2조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 윤 대통령의 당선 배경 등을 상세히 다룬 주요 기사와 소셜미디어 피드를 읽어나갔다.

존슨은 서울 시내에 장갑차가 깔린 사진을 보여주더니 “한국이 얼마나 고도로 발전된 정교한 나라인데 미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런 걸 보면 왜 법과 질서, 공정한 선거가 필요한지를 느끼게 된다”며 “리버럴(민주당 지지자)들은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충격적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들이 트럼프에 한 짓은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존슨은 이날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며 “이게 민주당 정부가 트럼프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한 일”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이 사법부를 ‘무기화’해 정치 보복을 감행했다는 문제의식이 상당한데, 과거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직 트럼프 본인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이 없지만, 매가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상당한 흥미를 보이고 있다. 평행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선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습격한 1·6 사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계엄령을 자세히 소개하는 한편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X 실시간 트렌드에 ‘한국’ ‘윤석열’ 같은 단어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이번 일에 대한 미국 대중의 관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존슨은 “트럼프 같은 강력한 리더가 있어야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4일 새벽 계엄군 병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진입하기 위해 본관 정문 앞에 서있다. /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