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면적이 제주도의 약 다섯배인 카리브해의 섬 푸에르토리코가 접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이 지역을 막말로 비하한 찬조 연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등장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대선 쟁점 중 하나인 중남미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불렀다. 그는 “라틴계는 아이를 낳는 것을 좋아한다”며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로 된 떠다니는 섬이 있다. (사람들은 그 섬을) 푸에르토리코라 부르는 것 같다”고 했다.

푸에르토리코를 불법 이민 문제의 근원지로 취급하고 비하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령에 편입됐고, 1902년 자치령 지위를 얻었다. 333만 주민은 대선 투표권은 없어도 미국 시민권자다. 하원에서 투표권은 없지만 참관권은 있는 푸에르토리코 몫의 주민위원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본토 거주 푸에르토리코 출신 주민에겐 대선 투표권이 있는데 이 중 62만명이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에 산다. 지난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에게 8만1000표 차로 승리했는데, 대선 후보를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진 라틴계 지지세로 고전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쓰레기 섬’ 발언을 최대한 부각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뉴욕 유세 당일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의 푸에르토리코 음식점을 방문 중이었다. 해리스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믿어주고, 거기에 투자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28일엔 “트럼프는 미국인들이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증오와 분열의 연료를 부채질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문자로 대량 발송하는 한편, 새로운 영상 광고도 만들었다. 푸에르토리코계 팝스타인 제니퍼 로페즈·리키 마틴·배드 버니도 소셜미디어로 해당 발언을 비난하고 해리스 지지를 호소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선거 전문가인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힌치클리프에 대한 구글 검색량이 테일러 스위프트를 능가하고 있다”며 “해리스에겐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역풍이 심상치 않자 공화당은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캠프의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힌치클리프가 별로 좋지 않은 농담을 했다”며 “당시 군중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의 발언이 대통령(트럼프)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 의원은 “우리 모두 진정하고 가끔 하는 농담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는가”라며 “작은 일에 너무 쉽게 상처받는 것에 질렸다. 모든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면 미국 문명의 위대함을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플로리다가 지역구인 릭 스콧 공화당 상원 의원은 X(옛 트위터)에 “이 농담은 실패했다”며 “웃기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미국인”이라며 해당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다만 이번 논란이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경합주 백인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28일 조지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란의 발언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는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멋진 집회를 가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