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의 힐턴 호텔에서 27일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웃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UPI 연합뉴스

“(58세인) 켈리 오도넬 출입 기자 협회장은 솔직히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어리죠.”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이 27일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연설에서 또다시 자신의 나이를 소재로 한 개그를 선보였다. 바이든은 지난달 워싱턴 중견 언론인들의 사교 모임인 그리드아이언 만찬에서도 “(지금 오후 10시면) 내 취침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다”면서 농담을 했다.

이날 바이든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연설에 대해 걱정하길래 “걱정하지 말라.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하자, 여사가 ‘그게 바로 내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2600명 넘는 청중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날 바이든은 200일도 남지 않은 대선을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을 빗댄 농담에 집중했다. 그는 트럼프와 자신의 공통점은 많은 나이뿐이라면서 “내 부통령은 실제 나를 지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마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한 것을 꼬집었다. 바이든은 연설 초반부터 “따뜻한 환영 감사하다. 그러나 너무 시끄럽게는 말자”며 “왜냐하면 도널드(트럼프)가 듣기 때문이다. ‘슬리피 돈(sleepy Don·졸린 도널드)’ 말이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최근 재판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자, 평소 트럼프가 자신을 조롱하던 표현 ‘슬리피 조’를 뒤집어 역공한 것이다.

바이든은 최근 트럼프가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입막음 돈과 관련해 재판 중인 사실을 빗대 “도널드는 최근 며칠 힘든 날들을 겪었다. ‘스토미 웨더(stormy weather·폭풍 같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다”고도 했다. 이어 “트럼프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자기가 판매하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며 “그는 십계명의 제1 계명까지 읽었는데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절에서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며 성경을 내려놨다”고도 농담했다. 트럼프는 최근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자금난에 빠지자 홈페이지에서 59.99달러(약 8만원)에 성경을 팔기 시작했다.

바이든 연설 직후 미국 인기 예능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출신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42)도 연단에 올랐다. 그의 아내인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도 만찬장에 자리했다. 조스트는 ‘슬리피 조’란 표현을 써가며 “오후 10시가 지났는데 그가 깨어있다” “대통령의 말을 잘 알아듣기 힘들지 않으냐”며 농담했고 바이든은 청중과 함께 크게 웃었다. 조스트는 지난달 바이든의 국정 연설이 강한 어조와 표현으로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 “지난번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코카인을 놔두고 갔는데 알고 보니 바이든이 그때 쓴 것이더라”고도 했다. 이날 바이든은 조스트를 소개하며 “나와 조스트는 모두 결혼을 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 집안에서 웃긴 사람은 (조스트가 아닌) 조핸슨”이라고도 했다.

SNL 출신 배우 콜린 조스트가 27일 미국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