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롭 슈나이더(오른쪽 사진). 1992년 개봉한 영화 '나홀로집에2'에서 팁을 요구하는 호텔 직원 역할로 친숙하다. /유튜브

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서 열린 정치권 관계자들 모임에서 한 배우가 인종차별적인 얘기를 했다가 여성 상원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해프닝이 발생했다. 참석자들은 “저급하고 인종차별적”이라 비판했는데, 그 중에는 한국과 관련된 농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15일 “지난해 말 ‘상원 워킹그룹(SWG)’이 주최한 갈라 행사에서 배우 롭 슈나이더의 공연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SWG는 공화당 전·현직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하는 비영리 네트워킹 단체다.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진행된 SWG 주최 행사에는 약 150명이 참석해 있었다. 그런데 미시시피주가 지역구인 신디 하이드-스미스 상원의원은 슈나이더의 언행에 큰 불쾌감을 표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미 정치권에선 통상 만찬 행사 때 코미디언이나 배우 등이 무대에 올라와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짖궂은 농담은 허용되지만 청중이 불쾌감은 느끼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잘 타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이날은 미 인기 예능 쇼 ‘SNL(새러데이 나잇 라이브)’ 크루 출신인 슈나이더가 무대에 올랐는데 예정된 30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폴리티코는 “선정적이고 적합하지 못한 농담이 이어지자 추최측이 이를 중단시켰다”며 “한국 사창굴(Korean Whore-houses) 등 아시아인을 겨냥한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중도 퇴장한 하이드-스미스 의원실은 “슈나이더의 무대는 역겹고 상스러웠다”며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떠난 것”이라고 했다. SWG는 다음날 참석자들에게 메일을 돌려 사과까지 했다. 성명에서 “슈나이더가 깔끔한 무대를 구두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았다”며 “어젯밤 일은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1990~1994년 SNL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슈나이더는 과거에도 인종 차별적 언행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겐 1992년 개봉한 영화 ‘나홀로 집에2′에서 주인공 케빈(매컬리 컬린)에게 상습적으로 팁을 요구하는 호텔 직원 세드릭 역으로 친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