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수퍼 화요일’을 맞아 미국 15개주와 1개 자치령에서 민주당·공화당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 마크 로빈슨(Mark Robinson·56) 부지사가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테로이드를 맞은 마틴 루터 킹 목사”라며 지지한 로빈슨은 잇딴 막말과 기행으로 미 정치권에 파장이 적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는 11월 대선에서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큰 경합주이고, 주지사 선거가 대선과 더불어 열리기 때문에 그의 부상이 중도 유권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선거가 끝난 이날 오후 8시 직후 “트럼프가 지지한 논란의 부지사 로빈슨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로빈슨은 그린스보로의 불우한 가정에서 아홉번 째로 태어나 어려서 가구 공장 등에서 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태생부터 보수를 표방했던 건 아니지만 작고한 극우 평론가 러시 림보(1951~2021)의 책을 읽고 “내가 보수주의자라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2018년 4월 시의회에서 고등학교에서의 총기 전시회 허용, 개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옹호하는 연설을 했는데 이게 바이럴(viral) 영상으로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 부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흑인으로는 최초로 당선됐다. 이어 4년 만에 주지사 도전을 선언했다.
WP는 “로빈슨은 본선에서 승리하기엔 너무 극단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며 “11월 있을 주지사 선거가 전국에서 가장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경선에선 조시 스테인 주 검찰총장이 승리했다. 로빈슨은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배우자인 미셸 오바마를 ‘남자(a man)’라고 했고, 동성애자를 향해서는 ‘오물(filth)’이란 단어를 써가며 비하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낙태에 찬성하는 이들을 향해 ‘살인자’라 표현하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대학살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럴때마다 사과하기 보다 “나는 내가 한 말이 부끄럽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할거다” “아이들에게 강하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로빈슨은 선거 캠페인에서 그가 겪은 고난과 역경의 가족사를 어필해왔다.
이런 로빈슨의 마이웨이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공화당 강성 지지자들을 열광시켰고, 로빈슨도 매가 팬덤을 업고 승승장구했다. 특히 이번 경선 직전에는 트럼프가 유세 연설에서 로빈슨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마틴 루터 킹 목사”라 극찬하며 지지를 선언했다. 로빈슨이 주지사 선거에 나선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 약 1.3% 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둔 경합주다. 지난 4년간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구 변화가 있었고, 특히 통상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졸 학력자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 정치권의 관심은 로빈슨의 ‘본선 경쟁력’과 함께 주지사 선거가 같은날 치러지는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