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가자지구의 한 해변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국 공군기가 공중 투하한 식량 꾸러미에 달린 낙하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일 군용기를 이용한 ‘공중 투하’(airdrop, 에어드롭)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 식량을 전달했다. 그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해 왔지만, 미국이 이 같은 작전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가 육로(陸路)를 통한 구호 물품 반입을 제한해 가자지구 내 기근이 심각 수위에 다다른 데다가, 지난달 29일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가자지구 주민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긴급 인도주의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양측 휴전 협상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김성규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공군 C-130 수송기 세 대가 요르단 공군과 합동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에 3만8000명분 식량을 공중 투하했다”고 밝혔다. C-130 수송기는 최대 19t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까다로운 환경에 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오지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에서도 인도주의 물자를 공중 투하하기 위해 투입됐었다.

3월 2일 미 공군 수송기가 가자지구 상공에서 식량과 식수가 담긴 팔레트를 투하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로이터 뉴스1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투하 장소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기 가장 쉬운 지점을 선택했다”며 “비행기 세 대가 각각 꾸러미 22개를 가자지구 남서부 지중해 연안 해변에 투하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날 투하 작전을 요르단군과 합동으로 실시했다. 요르단·아랍에미리트·프랑스·영국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합동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해왔다. 이번 지원에 물이나 의약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정부는 앞으로 몇 차례 더 구호품을 군용기에 실어 가자지구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송기를 통해 식량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은 분쟁 지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겨진다. 트럭 등 도로 이송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정확한 지점에 구호품을 떨어뜨리기가 힘들다. 구호품이 파손될 가능성도 크다. 구호품을 누가 받게 될지도 불명확해 효과적인 배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C-130 같은 대형 수송기조차 운반할 수 있는 보급품 양이 트럭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훨씬 더 많은 트럭의 가자 진입이 가능하도록 전투를 잠시 멈추는 협상을 타결하는 일”이라고 했다.

3월 2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임시 자선식량 배급소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음식 배급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투가 계속되면서 가자지구 전역에 기아가 확산되고 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는 가자 지구 병원에서 영양실조와 탈수로 어린이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UPI 연합뉴스

여러 한계에도 미국이 공중 투하 작전까지 강행한 이유는 가자지구 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대부분이 피란 생활을 하며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 장기화로 행정 조직이 붕괴돼 상당수가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가자지구에서) 열 명째 어린이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병원에 공식 등록됐다”며 “비공식적으로는 (사망자 수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대응에 불만을 갖는 아랍계 유권자 및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지지자들을 의식해 이런 긴급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미시간주(州) 경선에선 바이든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는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투표 비율이 13%에 달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5%포인트나 밀린다(바이든 43%, 트럼프 48%)는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도 2일 나왔다.

가자지구 문제 해결이 시급한 미 정부는 반복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임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병자와 부상자, 노약자, 여성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 요구를 하마스가 수용한다면 가자에서 당장 오늘이라도 6주간 휴전이 개시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이 협상안에 동의한 만큼 공은 하마스에 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일 시작하는) 라마단(이슬람 최대 명절)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한 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열 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오는 4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와 만나 임시 휴전, 인질 석방, 가자지구 내 원조 확대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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