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있는 스튜디오 문 중 하나에 워너 브라더스 로고가 붙어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미디어 대기업인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또 다른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합병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20일(현지 시각) 악시오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불붙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경쟁이 글로벌 미디어업계의 지각 변동을 가속화시키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최고경영자(CEO)와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밥 바키쉬 CEO는 전날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파라마운트 본사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곁들인 몇 시간의 회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워너 측이 운영하는 OTT ‘맥스’와 파라마운트가 운영하는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합병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주된 회담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새로운 초대형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디스커버리를 흡수하며 이미 몸집을 불린 워너는 HBO라는 굵직한 콘텐츠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파라마운트는 ‘미션임파서블’로 대표되는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CNN(워너)과 CBS(파라마운트)라는 뉴스 채널간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둘의 합병이 논의되는 것은 결국 OTT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때문이란 분석이다. 맥스는 현재 전세계에 약 9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파라마운트플러스도 6300만명의 회원이 있지만 업계 선두인 넷플릭스(2억4700만명)에는 크게 못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거듭되는 OTT에 대한 투자로 워너의 순부채는 9월말 기준 430억달러(약 56조원)으로, 파라마운트는 140억달러로 늘어났다.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해서 경영 효율화를 이룰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워너는 이미 지난해 디스커버리를 인수할만큼 합병에 적극적이고, 파라마운트 역시 워너 이외에도 영화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협상을 함께 진행할만큼 매각 또는 합병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가 합병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의 시가총액이 280억달러, 파라마운트가 100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합병 비율 선정부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번의 양측 만남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FT에 “이번 대화는 제안 수준까지 이르렀다기보다는 워너측의 관심 표명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양측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궁극적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드 커팅(기존 유선 케이블 방송에 대한 가입 해지)이 가속화하고 빅테크가 미디어를 잠식해가는 상황에서 두 회사 모두 언제까지나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