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71) 전 대통령에게 계속 뒤지자 참모들을 소집해 질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물가와 고령 논란 등으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도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이탈 표심히 트럼프 쪽으로 쏠리자 바이든도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추수감사절 전날 백악관에서 최측근 참모들을 소집한 뒤 ‘여론조사 숫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으로 낮은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이나 선거캠프는 뭘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실업률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경제적인 메시지가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점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선 “지표상으로 고용 등이 활황인데 현 정부의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물가가 치솟아 실질 소득이 줄고, 특히 고금리 때문에 대출이 많은 청년·유색인종 층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바이든과 질 바이든 여사는 수개월간 보좌관들과 지인들에게 저조한 국정수행 지지율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진 여론조사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최근 몇주간 진전이 없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해왔다고 WP는 전했다.
전날 폭스뉴스가 발표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50%, 바이든 대통령 46%로 4%p가 차이가 났다. 지난달 이후 대부분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뉴욕타임스(NYT)가 대선 당락을 좌우할 주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여섯 곳 중 다섯 곳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해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후보’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기도 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WP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사적 대화를 어떤 방식으로든 논하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는 정기적으로 수석 참모들을 만나 업데이트하고 계획을 점검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선거캠프는 대외적으로 여론조사가 잘못됐다거나, 아직 대선까지 많이 남았다는 식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은 전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본부를 방문한 뒤 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람들이 잘못된 여론조사를 보고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선거까지 거의 1년이 남았고, 여론조사는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며 “여론조사 결과는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조기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지자 다들 바이든의 도전이 이미 끝났다고 선언했음에도 바이든이 결국 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