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피켓 라인(Picket Line·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UAW 로고가 새겨진 야구모자를 쓰고 현장에 나타난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확성기를 들고 “계속 해봅시다(Let’s keep going)”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AP는 “(현직 대통령의 노조 시위 현장 방문은)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백악관은 바이든이 피켓 라인을 방문한 근대사의 첫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재선에 도전 중인 그가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디까지 노력을 기울일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바이든은 이날 미시간주(州) 웨인카운티 벨빌의 GM 부품 창고 앞에서 열리는 UAW 시위 현장을 찾았다. 바이든이 이곳에 도착하자 ‘UAW 파업’ 등의 피켓을 들고 있던 노조원들은 “(노사)합의 없이는 바퀴도 없다! 급여 지급 없이는 부품도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확성기를 들고 노조원들 사이에 선 바이든은 “UAW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 (자동차)회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희생을 했다”면서 “이제 그 회사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했다. 여러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또 “여러 번 말했지만 월스트리트가 미국을 만든 것이 아니다. 중산층이 이 나라를 만들었고,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 이것은 사실이다”라면서 “계속 해보자. 여러분은 여러분이 벌어들인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여러분은 지금 받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벌어 들였다”고 말했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는 취지다.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확고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부터 노조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노조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UAW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공식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바이든이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화물철도 노사 합의를 강제하는 법안에 서명해 파업을 원천 봉쇄한 뒤, 노조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UAW는 아직 2024년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업체 3곳의 종업원 14만6000명을 대표하는 UAW는 지난 14일 임금 인상과 주당 근무 시간 축소, 퇴직자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하며 미시간주의 포드 공장, 오하이오주의 스텔란티스 공장, 미주리주의 GM 공장 등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했다.
바이든이 그중 미시간주를 방문한 것은 공화당 성향이 뚜렷한 오하이오·미주리와 달리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경합주’로 분류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시간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고, 바이든이 승리한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공화당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가 27일 미시간주 마콤카운티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연설할 계획을 밝힌 것도 바이든의 UAW 시위 현장 방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바이든)이 ‘피켓 시위자’인 척하며 느릿느릿 걸어다닐 때, 그가 당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주고 싶어한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썼다. 트럼프는 또 “나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