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상원에서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 완화 결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의회에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자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가 “이 곳은 시장이나 운동장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 상원의원 존 페터먼이 지난 4월 17일(현지 시각)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연방의회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상원 회의장에서 어떤 복장을 입든 상관없다는 내용의 새 복장 지침을 하달했다. 미 상원에는 명문화된 복장 규정이 없지만 남성은 넥타이와 정장, 여성은 드레스나 스커트 정장 차림을 하는 것이 비공식 관행이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다만 이번 완화 지침은 의원들에게만 적용되며 직원들이나 외부 방문객들은 계속해서 정장을 착용해야 한다.

슈머 대표는 이번 지침 변화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더힐은 “새 지침은 올 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상원에 복귀한 뒤 펜실베이니아 부지사 시절 즐겨 입던 후드티 차림으로 돌아간 민주당 존 페터먼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동안 반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의원 활동을 해왔고, 현재도 그 차림을 유지하고 있다. AP 등은 “민주당 소속인 페터먼 의원은 정장과 넥타이를 매고 취임했지만 이후 오랫동안 그의 ‘시그니처 패션’인 반바지와 후드티를 입어왔다”며 “그의 이미지가 ‘금빛 원형 홀’에 어울릴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에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복장 완화지침은) 민주당이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의 또 다른 단계일 뿐”이라며 “(의회를)역사적으로 훨씬 덜 존중받는 방향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강성으로 분류되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복장 규정은 의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세우는 사회 기준 중 하나”라며 “페터먼을 위해 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보수 논평가 모니카 크라울리는 엑스(옛 트위터) 글에서 “유서 깊은 기관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라며 “미국의 가파른 쇠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의사당 내에서 남성은 넥타이와 정장, 여성은 드레스나 스커트 정장을 입어야 했다. 그러나 1993년에 여성의원이 바지를 입는 것을 허용했고, 2017년에는 여성의원이 민소매 옷을 입고 샌들까지 허용했다. 1993년 바버라 미컬스키 상원의원이 바지 차림으로 등원한 일을 계기로 여성의원의 바지 정장 착용이 허용됐다. 2017년에는 미국 CBS방송 기자가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의사당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자 미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공화당 마사 맥샐리 하원의원이 민소매 옷을 입고 회의장에 등장해 항의했다. 여야 여성의원들이 ‘민소매 입는 금요일’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폴 라이언 당시 하원의장이 민소매 옷과 샌들 차림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