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8월 10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취임했다.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다. 민주당인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에 오른 그는 재임 중 미국의 역사를 바꾼 진보적인 판결들을 내놨다. 버지니아주가 군사학교에 남자만 입학하도록 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법원이 보수적인 결정을 내릴 때마다 “나는 반대한다(I Dissent)”고 외쳤다. 이 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그의 전기(傳記) 영화의 제목이 됐다.
진보적 판결로 미국 사회를 진일보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긴즈버그 대법관이지만 ‘물러날 때’를 놓친 그의 결정은 논란거리가 됐다.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세상을 뜰 때가 퇴임 시점이 된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긴즈버그에게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용퇴해 대통령이 차기 ‘진보 대법관’을 임명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공화당의 보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20년 9월 세상을 떴고 트럼프는 즉각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를 계기로 미 대법원은 보수 우세 구도가 굳어졌다. ‘보수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 폐지, 미 대학의 소수 학생 우대 정책 폐지 등 보수적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