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골프 단체 리브(LIV)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합병에 대해 독과점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는 이날 PGA 고위 관계자를 인용, “(조사로 인해) 최소 1년은 합병 작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LIV가 막대한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작년 6월 첫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세계 최대 프로 골프 단체인 PGA를 전격 합병하려 했지만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 법무부 반독점국은 PGA 측에 LIV와의 합병이 반독점법 위반인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조사 장기화 등으로 인해 PGA와 LIV 간 합병을 위해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 조건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양측은 새로 만들어질 통합 영리 기관으로 사업을 모두 이관하고, 사우디 측이 독점적 투자자가 되는 형태의 합병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미국 내 오일 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LIV·PGA 합병에 대해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스포츠로 관심을 돌려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는 것)’이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2018년 사우디 정보 요원들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해왔다. 또 미 9·11 테러 피해 유족들은 테러범 상당수가 사우디인이었다면서 LIV 대회 자체를 반대해왔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지난 13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반독점법에 따라 합병 계획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우디 정부가 자국의 지독한 인권 상황을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합의”라면서, “반독점법을 포함한 여러 법률과 규제 관련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존 가라멘디 민주당 의원은 LIV의 PGA 합병 발표 다음 날인 지난 7일 PGA 투어의 면세 혜택을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PGA는 비영리 기관으로 분류돼 연방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다. 가라멘디 의원은 “터무니없는 인권 기록을 가진 외국 정부의 국부펀드가 미국의 상징적 스포츠 리그를 장악하고 연방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도록 허용한 것은 노골적인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PGA 투어가 사우디에 흡수되듯 합병되는 데 따른 불만도 감지된다. 다만 CNBC방송은 한 소식통을 인용, “반독점 당국이 이런 규모의 (합병) 거래를 조사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조사를 한다는 것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 16일 막을 올린 가운데, 그동안 LIV의 강력한 스카우트 제안을 뿌리쳐온 PGA 선수들에게서도 일부 불만이 나왔다. 세계 랭킹 2위이자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욘 람(스페인)은 지난 14일 회견에서 “많은 선수가 배신당했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신뢰를 원한다. 그러나 이번엔 (합병에) 공감대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