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2019년 기소돼 수감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범죄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가 “모델을 시켜주겠다” “대학을 보내주겠다”며 14세 소녀 등 미성년자들을 유인해 성 노리개로 삼았다는 점이 드러나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엡스타인 체포 당시 수사 당국은 피해자를 30여 명으로 파악했으나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가 늘어 현재는 125명에 이른다.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엡스타인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유한 섬과 뉴욕, 플로리다 팜비치 등에서 지인들을 불러 모아 성매매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가 참석했는지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1953년생인 엡스타인은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1980년대부터 사모 펀드를 세워 정·재계와 문화계, 학계 저명인사들의 자산 관리를 도왔다. 엡스타인 회사는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이상의 고객 자산을 운용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가 친분을 쌓은 대표적인 인사가 미국의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이다.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도운 길레인 맥스웰(61)은 옛 여자 친구였다. 엡스타인과 헤어진 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며 미성년 피해자를 모집하는 ‘공급책’ 역할을 했다. 맥스웰은 지난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미성년자 36명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아 수사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감형 협상 끝에 13개월의 징역형을 받았고, 그마저도 1주일 중 6일은 매일 12시간 동안 자기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근로 석방’ 혜택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2019년에 기소됐을 때에는 다른 수감자들과 격리된 ‘특별 입소자 구역’의 독방에 갇혔고, 죽을 때까지 수감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