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중국 측이 거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리상푸(오른쪽)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행사에서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를 만나 대화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뉴스1

미 국방부는 이날 WSJ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달 초 중국 측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샹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을 제안했으나 전날 밤 최종적으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이 지난 몇 주간 회담을 성사시키려 노력했고,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도 보냈지만 결국 중국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거절하는 어조는 이례적으로 무뚝뚝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국방부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군사적 연락 채널을 열어 놓는 것이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이번 중국의 거절 통보는 과거 막판까지 고위급 회담을 조율하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메시지”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데 이어, 지난 25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만나면서 양국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WSJ는 “(중국의 이번 회담 거절은) 양국 간 잠정적 화해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군사·경제 다방면에서 충돌하는 두 국가의 갈등 요소가 남아있는 한 계속해서 양국이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중국이 이번 회담을 거절한 것은 미국이 수년 전 리 부장에게 부과한 제재를 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쾌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미 중국 대사관 측은 WSJ에 별도의 성명을 보내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고 중국 공직자·기관·기업에 대한 제재도 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화에 일말의 진정성이나 의의가 있는가”라고 했다. 리 부장은 2018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재임 시절 러시아 전투기 Su-35 및 지대공미사일 S-400을 구매해 미국의 대러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제재 대상자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