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이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들의 불황 속 정리 해고를 기회 삼아 대거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구글·애플 등 IT(정보기술) 기업에서 해고된 개발자들이 우선 영입 대상이다.
롭 조이스 NSA 사이버안보국장은 11일(현지 시각)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우리가 자주 보지 못했던 경험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며 “특히 중견 개발자들이 안정성과 미 정보 당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NSA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의 대량 해고로) 우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국방부 산하 NSA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 감청 기관이다. 정보 수집과 암호 해독이 전문이지만 그간 기술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IT 매체 더레코드는 “빅테크의 ‘고통’이 미 당국엔 ‘이득’으로 돌아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달 사이 IT 업계의 침체로 수만 명이 해고되면서 미 정보 당국이 쓸 수 있는 인재가 상당히 늘었다”고 전했다.
NSA는 지난 1월 ‘전례 없는 채용 노력’이라는 제목의 공고에서 3000여 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기관으로서 ‘직업 안정성’을 앞세우는 한편, 민간 인력 유치를 위해 ‘대마초 흡연 경험이 있을 경우 채용 불가’ 등의 기존 채용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미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등 다른 정보기관들도 민간 전문가 채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 브루킹스연구소는 밝혔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정보기관 근무를 꺼렸던 실리콘밸리 출신의 자유분방한 개발자들도 선뜻 자리를 옮기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