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군 무인기(드론)와 충돌하는 사건이 14일(현지 시각) 발생하자, 두 나라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간에 개설된 ‘핫라인’을 활용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군의 유럽사령부(EUCOM)와 러시아군 총참모부 산하 국가국방관리센터는 지난해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후 이번 사태 이전까지 작년 하반기 우크라이나의 중요 기간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미국이 한 차례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국방부는 “(정치적) 오판, 군사적 사건과 갈등 확대 등을 방지하고, 비상사태 시 러시아 측과 중요한 안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드론을 추락시킬 의도는 없었다”는 ‘소명’을 들은 후, 군사적 대응 등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이날 오후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캐런 돈프리드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차관보가 안토노프 대사를 만나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돈프리드 차관보는 미국의 드론이 흑해 상공의 국제 공역에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던 중 러시아 전투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면담을 마친 안토노프 대사는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충돌과 관련해 일부 이견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그는 미 드론이 러시아가 임시 영공으로 정한 곳으로 넘어와 전투기가 출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노프 대사는 이날 성명에서 “그들은 미국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첩보용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서도 핫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 정권을, 미국은 친서방 반군을 각각 지원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충돌을 막자는 취지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을 당시에도 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출발 직전 러시아 측에 키이우 방문 사실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