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과 세계 경제를 괴롭히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1년째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연준 역시 잡히지 않는 인플레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연준 본부 건물 리노베이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다.
연준은 지난 2021년부터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부속건물 3개동을 확장·보수하는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연준은 임원진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와 법률가, 행정직원 등 3000여명이 근무하는 대형 조직으로, 1930년대 지어진 본부 건물이 빗물이 샐만큼 낡고 다른 부처 건물을 빌려써야 할 정도로 좁아 확장 공사를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연준이 공사 전인 2019년 19억달러(2조4677억원)로 산정했던 총비용은 지난 연말 기준 25억달러(3조2470억원)로 34%나 불어났다. 그새 철강과 시멘트, 목재 등 모든 자재비 가격은 물론 인건비까지 다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2027년까지 예정했던 리노베이션 기간이 늘어나면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실제 미 전역에선 건설현장 인력 부족 탓에 일당이 최근 1~2년새 50% 안팎 급등했으며, 공사가 지연돼 공기(工期)가 길어지며 비용이 불어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연준은 본부 공사가 시작된 2021년까지도 시중 통화량이 급증해 물가가 오르는데도 “인플레 걱정은 안해도 된다”며 금리 인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초 의회에서 배정받은 공사 예산을 크게 넘어 추가 예산이 필요하게 되자, ‘고가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중단하라’는 여론이 일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연준은 당초 전면 통유리 마감과 층고 확대, 최첨단 고급 설비 등 리노베이션 계획을 축소·수정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연준은 미국의 초(超)인플레이션이 시작된 1969년에도 당시 3000만달러가 소요되는 본부 신축 건물 공사를 잠정 중단한 적이 있다.
한편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7일 연방 상원 의회에 상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면서 오는 22일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 ‘빅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8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선 “아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래지 않았다”며 “추가로 나오는 (고용과 물가)지표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전체적인 데이터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고 나오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있다”고 다시 확인하면서 “향후 나오는 경제지표에 따라 최종금리가 5.5%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 페드워치는 8일 연준이 이달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80%까지 높여 반영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의 충격이 이어지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0.18% 하락하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14%, 0.40%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 등 국제유가는 파월의 빅스텝 예고가 나온 7일 3%대 급락한 데 이어 8일 1% 이상 더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