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6·2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겨진 미군 전사자들 이름에 오자(誤字)가 있거나 아예 빠진 경우가 천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미 연방 의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앞두고 ‘동맹의 상징’인 추모의 벽의 대규모 오류를 의회 차원에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 벽. /연합뉴스

미 상·하원의 하원군사위·천연자연위원회 등 상임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추모의 벽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의 브루스 공화당 웨스터맨 위원장과 라울 그리잘바 간사,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의 조 맨친 위원장(민주당)과 존 버라소 간사(공화당), 하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위원장, 상원 군사위원회의 로저 위커 공화당 간사가 서명했다. 워싱턴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총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월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를 인용, 추모의 벽에서 철자 오류 1015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전사자 약 500명이 명단에서 빠졌고, 6·25전쟁에 참전하지도 않은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새겨진 사실도 확인됐다고 당시 NYT는 전했다.

6·25전쟁 당시 전사한 프레더릭 볼드 이글 베어(Frederick Bald Eagle Bear) 상병의 이름은 추모의 벽에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라고 새겨졌다. 야간 임무 도중 추락해 사망한 폭격기 조종사 월더 매코드의 이름은 추모의 벽에 빠졌고, 다른 조종사를 구하려다 격추돼 사망한 헬리콥터 조종사 존 코엘시는 철자가 틀렸다.

이에 의원들은 서한에서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을 제정할 때 의회가 국방부에 전사자 명단에 포함할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런 기준에 따른 완전하고 정확한 명단을 내무부에 제출하도록 한 점을 언급한 뒤 “이 정도 규모의 오류가 추모의 벽의 초기 청사진을 통과해서는 안 됐으며 더군다나 석판에 새겨져 벽으로 완성된 채로 대중에 공개돼서는 안 됐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런 오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처럼 확연한 결함이 어떻게 추모의 벽 완공 이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자 서한을 쓴다”고 했다.

이들은 “유족과 고마워하는 국가를 위해 감동적인 헌사가 돼야 했을 추모의 벽이 부끄러운 실수로 변질했다는 게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오류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오류의 원인이 된 소통 및 연구 결함을 찾아내 이런 오류가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오스틴 장관에게 오는 23일까지 상임위에 브리핑을 하고 관련 자료를 최대한 신속하게 제출해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가 내무부와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에 전사자 명단을 제공할 때 따른 절차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단에 제공한 명단에서 발견된 모든 실수나 오류를 설명하고, 이를 바로잡은 정확한 명단을 내무부와 KWVMF에 제공할 계획을 제출하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