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후 다시 기차에 올라 통로를 걷고 있다./AFP 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깜짝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된 ‘연막 작전’의 연속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나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선(動線) 보안을 위해 평소 이용하던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 기종을 바꾸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 응답기도 껐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미군 병력이 주둔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에 대통령이 발을 디딘 것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는 전날 오전 4시 15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백악관이 전날 저녁 배포한 폴란드 순방 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7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바르샤바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하루 전인 19일 오전 3시 30분 백악관을 출발한 것이다. AP통신은 평상시 이용하는 보잉 747기를 개조한 에어포스 원 대신 크기가 작은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C-32는 대통령이 국내 순방 때 이용하는 비행기로, ‘에어포스 투’라고 불린다. 항공기 콜 사인(작전 수행 때 부르는 별칭)도 ‘에어포스 원’ 대신 ‘SAM 060′을 썼다고 한다.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 공중 임무)’의 약자인 SAM은 주로 행정부 고위 인사를 태운 항공기에 사용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 전용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급유한 뒤 폴란드 영공에 진입했다. 람스타인 기지에서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까지 약 1시간 30분 비행할 때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 응답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상공에선 E-3 센트리 조기 경보기와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가 주변을 감시했다. 백악관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출발하기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키이우 방문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대통령 수행 인력도 평소보다 대폭 줄였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파이너 부보좌관,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등이 전용기에 탑승했다. 대통령 취재에 동행하는 백악관 풀 기자단은 통상 인원(13명)보다 적은 2명만 동행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제출하고 보안 서약을 했다. 키이우 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 리무진 대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이용했다. 그가 키이우에 도착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도보로 이동할 때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