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국방장관 회동 - 지난 10일(현지 시각) 로이드 오스틴(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버지니아주 알링턴 미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어니타 어낸드 캐나다 국방장관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상공에서 잇따라 ‘미확인 물체’가 발견되자 미 공군이 10~11일(현지 시각) 연이틀 전투기 F-22를 동원해 격추시켰다고 미국 및 캐나다 정부가 밝혔다. 지난 4일 미군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을 동부 해안에서 격추한 지 6일 만에 또다시 의심스러운 비행 물체가 북미 대륙 영공을 침범하자 지체 없이 대응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현재로서는 미확인 물체가 중국의 감시 기구와 관련이 있다는 징후는 없지만, 미 전역의 국가·안보 당국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격추된 비행 물체 2개 역시 중국이 ‘정찰용’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1일 트위터에 “캐나다 영공을 침범한 미확인 물체의 격추를 명령했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캐나다 북부) 유콘에서 이 물체를 격추했다”고 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전투기들이 이 비행 물체를 쫓았고, 미 전투기가 격추에 성공했다고 트뤼도 총리는 밝혔다.

전날인 10일에도 알래스카주 북동부 해안 상공에서 의심스러운 물체가 발견돼 미군에 의해 격추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알래스카주 상공에서 고(高)고도 물체가 발견돼 오후 1시 45분 F-22가 출격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NORAD가 이 물체를 탐지해 24시간 동안 추적했고, 보고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격추)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11일 미 몬태나주 상공에서도 미확인 물체가 레이더에 감지돼 전투기가 투입됐지만 비행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두 물체는 알래스카 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F-22 전투기의 AIM-9X 공대공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 미·캐나다 양국은 연이틀 격추된 물체들이 불과 4만피트(약 12㎞) 상공에서 비행해 민간 항공기 운항에 상당한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당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의 경우 6만∼6만5000피트(약 18~20㎞) 상공을 떠다녀 민항기 운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아직까지 격추된 물체가 중국 정부가 보낸 것인지, 어떤 목적의 물체인지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 물체가 풍선인지 아닌지, 정찰 장비가 탑재돼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버스 2~3대 크기의 중국 정찰 풍선보다 작은 소형 승용차 정도 크기”라고 했다. 어니타 어낸드 캐나다 국방장관은 “(격추된) 물체가 원통형(cylindrical)”이라며 “미국이 얼마 전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보다 크기는 작지만 외관은 비슷하다”고 했다.

비행 물체가 정찰 기능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비행 물체에는 중국 정찰 풍선과 달리 정찰 장비는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격추 임무를 수행한) 조종사들은 미확인 물체가 (전투기) 센서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양국군은 비행 물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잔해를 최대한 빨리 확보, 분석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NORAD와 알래스카주 방위군, 미 연방수사국(FBI), 지역 수사 당국이 HC-130 수송기와 HH-60, CH-47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알래스카주 데드호스 일대에서 합동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강추위, 강풍 등으로 인해 수거가 지연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미확인 물체 격추와 관련해서는 중국 당국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정찰 풍선을 격추할 당시엔 중국 당국과 연락을 취했었다. AP통신 등은 “중국 풍선을 격추시키는 데 일주일이나 걸린 것에 대해 공화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번엔 단호하게 (비행 물체가) 미 육지에 진입하기 전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CNN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은 신호 정보(SIGINT·시긴트)를 수집하고 중국 본토로 이 데이터들을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미국이 풍선의 존재를 알게 될 경우 (중국으로 보내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기도 한다”고 했다. 중국 본토와 송수신이 가능한 첨단 장치가 장착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미 정부는 중국이 미 상공을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토대로 중국이 풍선을 미 주요 시설에 대한 감시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CNN은 “미국 정부가 작년 중국 정찰 풍선의 신호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전 세계적으로 정찰 풍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방법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정찰 풍선처럼 재질이 섬유로 돼있는 물체는 레이더로는 새 크기 정도로 작게 탐지돼 여태까지 정확한 추적이 어려웠는데, 군 당국의 레이더 탐지와 별도로 미 정보 당국이 풍선이 보내는 신호를 탐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CNN은 전했다.

이 새로운 방법을 통해 중국의 정찰 풍선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도 미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직전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국 정찰 풍선이 미 영토에 들어선 적이 있다”고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시 행정부 인사들은 잇따라 “그런 적 없다”며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