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얼 브레이너드(61)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의 인사(人事) 이동에 워싱턴 DC의 아시아 각국 대사관과 싱크탱크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자리를 옮기면 남편인 커트 캠벨(66)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백악관이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후임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며,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브레이너드 위원장이 NEC 위원장이 되면서 더 바빠지면, 캠벨 보좌관은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있어 한국 등 관련 국가들이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의 딸로 독일에서 태어난 브레이너드는 명문 웰즐리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주당의 ‘경제 브레인’ 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 부보좌관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을 역임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될 것이라고 여겨졌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전에도 재무장관 후보로 꼽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브레이너드를 연준 2인자로 임명했는데, 그의 대통령 임기 중 브레이너드가 재무장관이나 연준 의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남편인 캠벨 보좌관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에서 과학·기술·공공정책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은 캠벨은 민주당 행정부의 ‘아시아통’으로 꼽힌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의 외교에서 아시아를 더 중시하는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추진해 주목받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백악관에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인도·태평양 조정관 자리를 맡아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를 총괄하며 인도·태평양 정책을 이끌어 왔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 자문 회사인 ‘아시아 그룹’과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공동 설립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브레이너드가 매사추세츠공대(MIT) 응용경제학 부교수, 캠벨이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부교수를 지내던 1990년대 후반 보스턴에서 만났다. 1998년 결혼 후 워싱턴 DC에 자리를 잡고 3명의 딸을 낳아 길렀다. 그중 장녀와 차녀는 이미 20대에 접어들었지만,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캠벨 보좌관은 작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도 딸 졸업식 때문에 동행하지 않았다”며 “그의 아내가 장관급 NEC 위원장이 되면, 막내딸 뒷바라지와 아시아 그룹 운영을 위해 사임할 가능성이 있는데 백악관의 아시아 정책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