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로 미국 전역이 꽁꽁 얼어붙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100여 명이 버스에 태워져 미 부통령 관저 앞에 강제로 보내졌다고 폭스뉴스 등이 보도했다. 최근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자 적발 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텍사스 등 남부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유화적인 이민 정책에 항의하며 불법 이민자를 수도 워싱턴 DC 등으로 보내는 ‘강제 이송’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방위군이 19일(현지 시각)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의 입국을 막기 위해 텍사스주 엘패소 공항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각)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버스 3대가 워싱턴DC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인근에 불법 입국자 100여 명을 내려놓고 떠났다. 에콰도르·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페루·콜롬비아 출신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텍사스에 도착한 이들이다. 이날 워싱턴DC의 최저 온도는 영하 13도까지 곤두박질쳤는데, 불법 이민자 일부는 반소매 셔츠 차림이었다. 한 지역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이들을 인근 교회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CNN 등은 “(불법 입국자에게 사정을 들은) 구호 단체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강제로 보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부대변인은 “애벗 주지사는 크리스마스이브, 영하의 날씨에 아이들을 길거리에 버렸다”며 “잔인하고, 위험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4월부터 불법 입국자들을 워싱턴DC로 강제로 보냈다. 최근에는 친(親)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있는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로도 이송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 9월 불법 입국자 50여 명을 비행기 두 대에 태워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비니어드로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이민자 피난처’를 자처해온 곳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수 성향 주지사들이) 불법 이민에 부정적인 보수층 지지를 얻으려 민주당 지역으로 이민자를 보내는 쇼를 벌이며 일종의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쟁점화를 위해 이민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화적인 이민 정책을 표방하며 불법 입국 시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1 회계연도에 미국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불법 이주민이 17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2022 회계연도에는 276만명으로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국경 지역에서 이민자를 추방하도록 한 ‘42호 규제(Title 42)’의 폐지가 임박하자 지난달 남쪽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주민 수가 23만여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