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급 허리케인 이언이 강타한 뒤 플로리다 새니벨 해안 지역 주택 등이 초토화된 모습.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청소와 복구 작업이 더딘 가운데, 재건을 위한 현장 인부들을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채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에 강타당한 미국 플로리다주가 복구와 재건 작업을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에게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는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쳐왔지만, 최근 재난 수습을 위해 다른 지역 불법 체류자들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탬파베이타임스 등 지역 매체들이 23일(현지 시각) 전했다.

지난달 28일 4급 허리케인 이언이 휩쓸고 간 플로리다에선 100여 명이 사망·실종되고, 주택 등 건물 수십만 채가 파괴됐다. 집집마다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이 썩어가는 가운데, 이재민 수십만 명은 지금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 백인 은퇴자들이라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나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사고 위험이 큰 작업도 적잖아 젊은 현지인들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한다.

플로리다주에서 지난 14일 새벽 허리케인 이언 복구 현장에 일용직 인부로 나가는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트럭에 몸을 싣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현지 청소·수리·건설업체들은 시급 15~20달러, 일당 200달러(약 28만8000원) 정도의 보수를 걸고 젊은 중남미 출신 불법 체류자들을 전력을 다해 모으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멕시코 등 본국으로 추방한 이들이나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인근 지역에 사는 불법 이민자들은 물론, 뉴욕과 워싱턴DC, 매사추세츠주 등 북동부 지역으로 보낸 이들까지 최근 버스와 트럭을 타고 플로리다로 모여들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는 불법 체류자는 당초 10만명 정도로 추산됐는데, 이언 강타 이후 한 달간 그 숫자가 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이민자가 예산을 축내고 치안을 위협한다”며 이민 장벽을 높여온 플로리다 주 정부는 이런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복구 현장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에선 이들의 취약한 입지를 이용해 임금 체불 등 갈등도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고령화에 기후변화로 폭우와 폭설, 산불 등 대형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복구와 재건 관련 인력이 계속 부족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민 정책을 둘러싼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