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미 이겼다(North Korea has already won).’

9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제목으로 미국이 비핵화란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위기 경감과 군비 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일이 되더라도, 미국과 동맹은 한반도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를 평양과 합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또 “미국과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묵인하면 글로벌 비확산 노력에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면 한·일의 자체 핵무장 목소리나 다른 국가들의 핵보유 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앙킷 판다 핵 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FT에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웃음거리(farce)로 전락했다”며 “북한이 이미 이겼다. (비핵화 포기는) 쓴 약이지만, 어느 시점에선 삼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더라도 미국과 동맹들이 일정한 반응을 보인 뒤 그대로 지내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 ‘38노스’의 제니 타운 국장은 “비핵화로 이어지는 과정의 기회는 사라졌다”며 “한국을 포함한 모두가 군비를 확충하는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를 고려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군비 경쟁과 미·중 갈등 속에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도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보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마주 앉아 외교적 경로를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 등장한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은 ‘이 시점에서 비핵화가 현실적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지금 경로를 변경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어떤 해결의 길이든 베이징, 즉 김정은에 대한 시진핑의 압박을 통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멀린 전 합참의장은 또 ‘그(김정은)가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실제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년 전보다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