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로 두긴(60)의 딸 다리야 두기나(30)가 지난 8월 차량 폭발 사고로 숨진 사고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입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파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핵(核) 위협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해 공격한 이번 사건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 CNN 등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정보 당국은 이번 암살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지난 주 미 정부에 보고했다”며 “이에 미 정부는 (두긴 딸 암살이) 상징적 가치는 높을지 몰라도 실제 전쟁(승리)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데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에 대한 자체 공격을 수행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암살 작전을 벌이면서 미국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NYT는 “미국 관리들은 특히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비밀 계획에 대한 투명성 부족에 대해 좌절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오후 9시쯤 모스크바 외곽에서 두기나가 탄 도요타 SUV가 폭발해 불길에 휩싸였다. 당국은 두기나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이 차가 원래 두긴 소유였고, 부녀가 행사에 참석한 뒤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다”며 두긴을 노린 계획된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었다. 실제 미 정보 당국이 파악한 바로도 우크라이나의 실제 목표는 두긴이었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수사 결과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43)를 지목했었다. FSB는 보우크가 암살 직후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암살 작전을) 수행한 공작원들은 두긴이 (사망한) 딸과 함께 차량에 탑승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믿고 있었던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정보 제공이나 기타 지원 등 이번 공격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은 또한 사전에 작전을 알지 못했으며 만약 그들이 자문을 받았다면 살인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두기나 죽음 이후) 미국 관리들은 암살에 대해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질책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암살 작전에 우크라이나 정부의 어떤 요원들이 동원됐는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이 작전을 승인했는 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우크라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 당국에 군사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서로간 갈등이 있어왔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NYT는 “펜타곤(국방부)과 첩보 기관들은 민감한 전장 정보를 우크라이나인들과 공유하며 러시아 사령부, 보급선 및 기타 핵심 목표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돕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항상 미국 관리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할 계획인지 알려주지 않아 문제가 돼 왔다”고 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에 장거리 무기 시스템인 에이태킴스(ATACMS) 지원을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표적 목록’을 제시한 것도 이런 정보 불투명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ATACMS 지원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노릴 수 있어 그간 승인을 불허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