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다섯째 위력을 보인 허리케인 이언이 미 남동부를 할퀴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언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부터 29일까지 만 하루 동안 플로리다주를 가로지르며 열대 폭풍으로 약화됐다가, 바다를 지나며 다시 시속 120㎞의 1급 허리케인으로 덩치를 키워 30일 오후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상륙할 전망이다. 이언이 북상해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면서 1일 수도 워싱턴 DC와 뉴욕 등 북동부까지 그 간접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29일 해가 뜨자 플로리다 곳곳의 도로와 다리가 소실되고 주택과 건물 수십만채가 완파되거나 바닷물·빗물에 침수된 참혹한 모습이 드러났다. 하루아침에 집과 마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방송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각 카운티 당국이 30일까지 확인한 사망자는 총 19명이지만 실종자가 많아 인명 피해가 수백명 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플로리다의 265만 가구가 정전됐다가 아직 30여 만가구밖에 전기가 복구되지 않았다.
특히 이언이 4~5등급 위력으로 가장 먼저 강타한 서남부 해안 도시 포트 마이어스 등 유명 휴양지들이 강풍에 건물 등이 초토화되며 황무지처럼 변했다. 이후 이언의 속도가 느려져 머물렀던 탬파와 올랜도 내륙에선 집중호우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태풍의 눈 바로 북쪽에 있던 플래시다의 경우 강수량이 12시간에 380mm를 넘어, “1000년에 한번 있을 만큼의 호우”라는 말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 탓에 허리케인이 수분을 더 많이 머금는 경향이 있으며, 이언의 경우에도 수십년 전 비슷한 수준의 허리케인에 비해 10% 이상 더 많은 비를 뿌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플로리다주 정부는 29일부터 즉각 24시간 주방위군 등을 동원해 복구작업과 실종자 수색 등에 돌입했으며, 미 전역에서 구조 인력과 자원봉사자들도 몰려들고 있다.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남부 카운티 등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방재 작업에 돌입하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