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Ian)’이 28일 오후(현지 시각) 상륙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미 남부 정유 시설 가동이 멈추면서 국제 유가까지 급등했다. 미국 시민들은 “평생 본 적 없는 최고 위력 태풍이 될 것”이라며 남부부터 수도 워싱턴 DC까지 전역이 멈춰선 채 긴장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위력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뉘는데,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이언은 28일 오전 현재 최고 시속 250㎞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4등급으로 분류됐다. 5등급에서 불과 시속 2㎞ 못 미치는 규모다. 카리브해에서 형성된 열대성 폭풍 이언은 27일 쿠바를 먼저 통과했는데, 그 직후 국가 전력망이 붕괴해 쿠바 전체가 암흑 천지가 됐으며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이언은 북상하며 멕시코만 난기류의 영향을 받아 세력을 더욱 키운 뒤, 28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 플로리다 남서부 해안 탬파, 조지아주 등을 강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언의 중심부가 상륙할 탬파는 320만명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의 경제 중심지이자 우리 교민도 많이 사는 곳이다. 허리케인의 직격을 받는 것은 1921년 이후 100여 년 만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3~4등급 허리케인이 탬파를 강타할 경우 30만 가구가 파손되고 복구 비용이 690억달러(약 9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27일 비상사태를 선포, 탬파 등 허리케인 예상 이동 경로에 거주하는 250만여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주 방위군 등 3만명이 방재 활동을 위한 비상근무에 착수했으며 100곳 이상의 대피소를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통화 후 연방정부의 긴급 구호를 승인했다. 플로리다 주민들이 집 주변에 모래 주머니를 쌓고 유리창에 플라이우드(보호용 합판)를 붙였으며, 정전과 단수, 장기 고립에 대비해 생필품을 미리 구비하느라 쇼핑몰은 장사진을 이뤘다.
플로리다의 주요 공항과 학교는 물론 디즈니월드와 시월드 등 유명 테마파크도 문을 닫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추진하는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Ⅰ 임무 로켓의 3차 발사 시도도 중단됐다. 28일 워싱턴 DC의 연방의회에서 개최 예정이던 1·6 의사당 폭동 사태 청문회도 이언 대응에 국력을 집중하는 차원에서 취소됐다.
지난 26일부터 이언에 대비해 멕시코만 일대 정유 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공급 차질 우려로 2.33% 오른 배럴당 78.50달러에 마감했다. 그 여파로 달러 가치 상승세까지 다소 주춤해졌다.